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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90년 시대’. 2012년 9월 일본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고령사회 대책 개요’에 나오는 표현이다. 일본은 인구 4명당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대표적 고령국가다.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 사회보장예산 급증, 노인의 고독사 등을 유발해 사회 불안 요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고령화 극복 대책과 함께 실버시장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노년층의 상당수는 1960∼70년대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부를 쌓았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인구의 소비총액은 100조엔이었으며, 매년 약 1조 엔씩 늘어 2030년에는 111조 엔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가계소비 시장에서 노인의 비율도 같은 기간 43.0%에서 49.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거대 실버시장을 겨냥해 일본 기업들이 최근 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노인의 신체 변화에 대응한 상품 및 서비스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대형 유통그룹 이온은 중기 경영계획(2011∼2013년도)에서 노인층 대상의 상품·서비스 강화를 통해 비약적 성장을 달성한다는 ‘시니어 시프트’를 전략의 하나로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노인의 상당수가 혼자 살고, 식사량도 줄어드는 것에 착안해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만큼씩 개별 포장한 제품을 선보였다. 또 상품 포장의 글자와 매장의 상품 안내 표시를 보다 크게 하고, 돋보기가 부착된 쇼핑카트도 도입했다. 대형 유통업체 이토요카도는 매장의 카트를 종전보다 25%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바꾸고 에스컬레이터의 속도를 30% 이상 늦췄다. 후지쯔는 사용하기 쉬운 노인용 스마트폰을,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노인 특유의 체취를 상쾌한 향으로 바꿔주는 샴푸와 비누 등을 각각 판매 중이다.

노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에 맞춘 상품도 있다. 파나소닉은 비록 나이를 먹었어도 마음은 청춘이고 싶은 노인의 욕구에 착안해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형 보청기를 선보였다. 한쪽 귀에 부착하는 기존 보청기와 달리 MP3 플레이어 모양의 본체와 연결된 이어폰 형태로 제작돼 착용하면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의 생산업체 트라이엄프인터내셔널재팬은 자세와 체형의 변화 때문에 고민하는 60대 이상 여성을 위해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또 봄스는 허리가 굽어도 아름답게 보이는 고령자용 여성복을 개발했다.

고령자의 건강을 위한 서비스도 주목된다. ‘3 No M(Mirror, Make-up, Men)’ 개념을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는 여성용 헬스클럽 체인 커브스의 경우, 여성을 위한 30분 건강체조 교실에 참여하는 회원 중 50∼70대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어른의 학교’는 노인의 정신 건강과 치매 예방을 위해 옛날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국어, 음악, 특강 등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방의료사업 업체인 케어프로는 혈당치, 골밀도 등을 항목당 500엔짜리 동전 하나로 손쉽게 진단받을 수 있는 ‘원코인 건강진단숍’ 1호점을 일본 최초로 지난 4월 오카야마시에 개설했다. 아울러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24시간 365일 방문 간호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마에다 노부히로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일본은 고령화 선진국의 선두 주자이고, 한국도 빠르게 초고령 국가로 가고 있다”며 “한일 모두 2030년까지 남은 17년간 고령화에 대응한 사회 구축과 관련 시장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 발간 International Trade 월드링크 ‘일본편’ 2013년 6월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