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여러 가지 규제 등으로 외국인이 창업 등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신문은 최근 기사에서 미국인 공학연구자, 중국인 경영자 등이 일본에서 좋은 결실을 거두는 창업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MUJIN은 로봇공학 분야에서 정평 있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박사 출신으로 도쿄대학대학원 정보공학연구과 정보시스템공학연구실 연구원을 역임한 미국인 로센 디안코브씨를 중심으로 2011년 7월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산업용 로봇의 팔 관절 움직임과 관련한 무수한 조합 중에서 작업시간 단축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약 10분 만에 산출하는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전에 며칠씩 걸렸던 작업을 대폭 단축시킨 것이어서 공장을 신설할 때 활용하면 생산성 높은 설계를 할 수 있다.
올 봄부터 판매될 이 소프트웨어는 로센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미국에서 거둔 연구성과를 일본에서 사업화한 것이다. 로센 CTO는 “산업용 로봇 분야는 일본이 강해 제조업체나 사용기업의 의견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이 된다”라고 일본에서 창업한 이유를 밝혔다. MUJIN은 화낙, 야스카와전기 등 일본의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와 연대해 개발을 진행했다. 도쿄대학에인절캐피털로부터 7,500만 엔의 투자를 받고, 연구원도 충원해 중소형 로봇 팔 등으로 3년 뒤엔 수억 엔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검색 벤처기업인 포핀(popIn)의 대표는 중국인 청타오(程濤) 사장이다. 청타오 사장이 도쿄대학 대학원 재학 중이던 2008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강점인 웹 사이트 검색기술을 토대로 2009년부터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사이트 내 검색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50여개 언론사가 이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포핀은 지난 1월부터 인터넷 광고 서비스에도 진출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광고를 다른 사이트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표시되도록 함으로써 구매의욕을 자극한다. 특히 광고주의 사이트에 소비자가 어떤 내용을 보고 있다는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광고주는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효과적인 광고를 할 수 있다. 청타오 사장은 “일본의 개인소비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 일본에서도 미국의 벤처기업에 지지 않을 사업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겐고(Gengo)는 오스트리아와 영국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는 로버트 랭 사장이 2009년에 설립한 회사로, 한 글자당 2.6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어를 29개국 언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라폰은 중국인 위둥(余東)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업체로 2주 분량의 휴대기기용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자동으로 녹화하는 장치를 판매하고 있다.
도쿄대학, 게이오기주쿠대학 등 일본의 주요 대학들은 학생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포핀을 설립한 청타오 사장도 이를 활용한 사례로 도쿄대학 대학원 수업에서 발표했던 검색기술의 사업화 계획을 발판 삼아 창업했다. 창업 전부터 도쿄대학 에인절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기업(起業)육성시설에 입주하고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게이오기주쿠대학의 학생창업 지원기구인 ‘KIEP컨소시엄’에서는 매년 150건 정도의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데,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예년에 몇 건에 불과했던 상담이 지난해 10건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발간 International Trade 월드링크 ‘일본편’ 2013년 3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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