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슈 연구회
[니혼슈 칼럼 230회] 소주韓잔 사케日잔 - 210 토라이 (杜來, とらい)
작성일:26-09-03 14:51 조회:54
소주韓잔 사케日잔 ‐ 210
토라이 (杜來, とらい)
- 롯카 주조,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시
- 쪽바리, 똘아이와 발음이 비슷한 죳바리와 토라이를 론칭한 이색적인 아오모리의 양조장
- 1719년 창업한 타카시마야 주조 등 현지 3개 업체가 합병하여 1972년에 만들어진 롯카주조
- 완고한 의미의 아오모리 방언인 죳바리와 새로운 양조에의 도전을 의미하는 토라이
사케 브랜드에 있어서 그 의미는 참 좋지만 우리말로 발음을 하면 다소 우스꽝스럽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역으로 아주 멋진 네이밍이 되는 브랜드들이 간혹 있습니다. '하나무라(花邑)'나 '에미시키(笑四季)'처럼 경상도 사투리와 비슷해서 재밌는 경우도 있고 아이유(愛友)나 미나미(南)처럼 상당히 멋진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인 앞에서나 한국인 앞에서나 감히 큰 소리 내어 읽기가 어려웠던 브랜드가 있어서 그 사케의 스토리를 풀어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사케를 접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에 히라가나로만 じょっぱり라는 사케가 있어서 처음에는 누가 비하할 목적으로 장난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발음이 바로 '죳바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본인을 비하할 때 쓰는 쪽바리와 발음이 아주 유사합니다.
지금은 단종된 죳바리
참고로 쪽바리는 일본 전통 신발인 게타(下駄)나 버선인 타비(足袋) 때문에 발가락 모양이 두 갈래로 나뉘어 짐승의 발굽(쪽발)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하여 일본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인 브랜드였기에 충분히 재밌는 스토리가 되겠다 싶었는데, 최근 브랜드를 전면 개편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소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바뀐 이름이 더 재밌습니다. 바뀐 이름은 바로 토라이(杜來)입니다. 얼핏 들으면 똘아이로 들릴 수 있기에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저만 그러한 것이 아닐 겁니다. 당연 양조장은 이러한 사실은 전혀 모를 것입니다.
두 갈래로 갈라진 타비와 게타 - 단지재팬 인용
이 '토라이'는 1972년에 아오모리현에서 탄생한 롯카 주조에서 양조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때 창업했다기보다 아오모리현에 있던 타카시마야 주조, 시라우메 주조, 카와무라 주조점 3곳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양조장입니다.
합해진 것은 1972년이지만 3개의 양조장 중 1719년 창업으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타카시마야 주조의 상징성을 살리고 실제 타카시마야 주조의 주조면허를 계승했기에 창업 300년 넘은 양조장이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전하기 전의 노쇠화가 진행된 구 양조장
1970년대에는 나다(灘)나 후시미(伏見) 같은 전국의 대형 사케 메이커들이 아오모리 지역으로 대거 진출하면서 현지 시장이 크게 위협받았습니다. 이에 대응해 히로사키의 현지 양조장 3곳이 쓰가루(津軽) 지역 사케를 함께 지키자며 뜻을 모아 생산 설비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 바로 롯카주조의 시작입니다.
롯카 주조(六花酒造)의 롯카는 한자로만 보면 여섯 개의 꽃으로 해석이 됩니다만 이는 여섯 개의 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최대의 호설지대인 아오모리의 상징인 눈을 이미지화한 것입니다. 눈의 결정이 육각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합병 당시 히로사키시의 시장이 "눈의 결정"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새로이 준공된 신 사옥 - 홈페이지 인용
아오모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은 오는 지역으로도 유명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쓰가루(津軽) 지역과 남부(南部) 지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혀 문화와 사투리까지도 다르나 폐번치현 때 강제로 하나의 현으로 합병된 것입니다. 눈이 너무 내려서 그런지 그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각 지역의 단결성은 아주 강력합니다. 그래서 향토애가 강한 쓰가루의 3개의 양조장도 합해진 것입니다.
거기다 쓰가루 내에서도 아오모리시와 히로사키시는 은근히 라이벌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청소재지가 된 아오모리시가 경제와 교통, 인구에서 앞서고, 에도시대의 쓰가루의 성하마을이었던 히로사키시가 역사와 학문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마츠리의 이름도 아오모리시는 '네부타' 마츠리이고, 히로사키시는 '네푸타' 마츠리로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쓰가루와 남부가 합해져서 이루어진 아오모리현 - 아오모리포털 인용
사케에 있어서도 전국의 전설의 명주로 올라선 '덴슈'(田酒)는 아오모리시에 있고 호우하이(豊盃), 록콘(六根) 그리고 토라이는 히로사키시에 있습니다.
같은 히로사키시에 위치하지만 최근 2023년에 롯카주조는 히로사키시의 중심가에서 쓰가루의 후지산이라고 불리는 이와키산 기슭으로 이전하면서 과감히 기존의 '죳바리'를 버리고 새롭게 '토라이'를 론칭하였습니다.
쓰가루의 후지산인 이와키 산
여기서 죳바리와 토라이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죳바리는 아오모리 방언으로 '외고집', '고집불통'의 완고한 사람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단어는 보수의 극치인 일본에서 각 지방에서 그 지방의 단어로 아주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표준어로는 완고한 사람을 간코(頑固)라 합니다.
일본의 3대 간코 중 하나가 아오모리현의 죳바리고 나머지 두 개는 코치현의 이곳소, 쿠마모토현의 못코스입니다. 이를 옛 국명을 써서 쓰가루 죳바리, 토사 이곳소, 히고 못코스라고 합니다. 아예 표준어인 간코라는 이름으로 스시와 일식 전문점 브랜드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스시·일식 전문 체인 브랜드인 간코(がんこ)
토라이는 상기 언급한 대로 양조에 적합한 보다 더 좋은 물을 찾기 위해 2023년 양조장을 이전하면서 과감히 채택한 브랜드인데 의미는 크게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창업 300년을 넘은 역사를 이어 온 토지(杜氏)의 양조 고집을 미래(未来)에 전수해 나간다는 마음을 담아 토라이(杜來)로 명명한 것이며 또 하나의 의미는 변화해 나가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양조의 도전(TRY) 해 나간다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트라이가 바로 일본어로는 토라이가 되는 것입니다.
죳바리에서 토라이로 변경하고 양조장을 이전하게 되면서 양조장의 설비는 10분의 1로 줄였고, 전량을 긴죠 및 준마이 양조로 고급화와 사계절 내내 소량생산으로 양조하는 등 대대적으로 변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과와 샤인머스캣 그리고 파인애플 등을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상큼한 향이 특징입니다. 죳바리의 캐릭터는 아오모리현의 또 다른 특산물인 목각인형 누루유코케시(温湯こけし)와 다루마를 합한 이미지에 완고한 인상을 그려 넣은 것입니다.
쓰가루의 누루유코케시 - 요사레 인용
그렇다고 해서 죳바리가 완전히 존재를 감춘 것은 아닙니다. 기존 죳바리의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새로운 버전의 죳바리도 출하되고 있습니다. 토라이도 죳바리도 이와키산의 최고의 물과 300년 넘은 역사, 그리고 양조장의 죳바리의 고집이 어우러진 최고의 하모니를 연출하는 사케입니다.
현재의 사장은 키타무라 히로시 씨로 본래 아오모리시의 평범한 주류 판매점 가문 출신으로 롯카 주조의 전신 중 하나인 타카시마야 주조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영업 일선에서 회사의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롯카 주조 역사상 최초로 '지분을 가지지 않은 일반 사원 출신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면 낙하산이나 금수저가 아닌 순수한 실력으로만 사장까지 오른 정말 이례적인 사례이며 그 순수한 실력으로 지금의 토라이를 론칭까지 이끌어 내기도 한 인물입니다.
키타무라 히로시 롯카 주조 사장 - 홈페이지 인용
그럼 토라이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토라이 준마이슈
모든 재료를 아오모리현 것을 고집한 준마이슈로 시트러스 계열의 고급스러운 향과 감칠맛, 깔끔한 뒷맛이 특징인 일품
쌀 : 아오모리현 산
정미비율 : 60%
알코올 도수 : 15%
니혼슈도 : +1.0
산도 : 1.5〜1.6
* 토라이 토쿠베츠 준마이슈
우아한 긴죠 향과 부드럽고 매끄러운 맛이 일품으로 궁극의 식중주
쌀 : 아오모리현 하나후부키
정미비율 : 55%
알코올 도수 : 16%
니혼슈도 : +1.3
산도 : 1.3
* 토라이 준마이긴죠
과일향과 단맛, 뒷맛의 깔끔함이 뛰어나 와인잔으로 마시면 향이 더욱 살아나는 일품
쌀 : 아오모리현 하나오모이
정미비율 : 55%
알코올 도수 : 16%
니혼슈도 : -1.0
산도 : 1.3〜1.5
* 토라이 준마이다이긴죠 하나오모이
아오모리의 대표적인 주조호적미인 하나오모이를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시킨 준마이다이긴죠
향·감칠맛·산미의 균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토라이를 대표하는 궁극의 사케
쌀 : 아오모리현 하나오모이
정미비율 : 40%
알코올 도수 : 16%
니혼슈도 : -5
산도 : 1.6
* 토라이 토쿠베츠준마이 카라쿠치
깔끔한 드라이한 목 넘김이 특징으로 드라이함 뿐 아니라 풍미와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어 질리지 않는 토쿠베츠준마이
차갑게 마셔도 좋고 데워 마셔도 좋은 전천후 사케
쌀 : 아오모리현 하나후부키
정미비율 : 60%
알코올 도수 : 16%
니혼슈도 : +12.0
산도 : 1.8
* 토라이 아오모리 테루아
화이트 와인을 연상시키는 달콤함과 산미가 특징인 저알코올 타입의 사케
사케를 평소에 마시지 않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주로서 아오모리의 자연을 담은 일품
쌀 : 아오모리현 하나후부키
정미비율 : 60%
알코올 도수 : 13%
니혼슈도 : -17
산도 : 3.2
한국에서 일본의 사케를 드시고자 하는 분을 위해서 직구 사이트를 운영중입니다.
그리고 필자의 저서의 구매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댓글
TOTAL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