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酒研究会
[니혼슈 칼럼 232회] 소주韓잔 사케日잔 - 212 류세이 (龍勢, りゅうせい)
登録日:26-09-17 00:00 照会:153
소주韓잔 사케日잔 ‐ 212
류세이 (龍勢, りゅうせい)
- 후지이 주조, 히로시마현 타케하라시
- 1963년에 창업한 전량 준마이, 키모토를 고집하는 클래식 사케
- 히로시마의 작은 교토, 타케하라의 전통과 정취에 어울리는 류세이
- 장인정신과 철학에 근거한 품격 있는 류세이, 어려운 규칙이나 평가를 비켜간 캐주얼한 요루노테이오
사케를 접하다 보면 참 특이하고 인상적인 이름을 자주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이름으로 주목을 끌기 위해서 흥미만 유발하는 족보(?) 없는 양조장이 대부분인 가운데 때론 에로틱한 쿠도키죠즈의 네이밍처럼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양조장이 흥미로운 작명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일은 특히 저녁에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고를 때 늘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에 시간 날 때 꼭 한번 자세히 조사해 봐야지 하곤 했던 사케를 금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그 사케는 바로 '요루노테이오'(夜の帝王)라는 사케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밤의 제왕' 또는 '밤의 황제' 정도로 해석이 되는 브랜드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고 어떤 특징이 있길래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한번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요루노테이오 - 후루사토쵸이스 인용
'요루노테이오'는 다름 아닌 히로시마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류세이'의 라인업입니다. 이에 '요루노테이오'보다 류세이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류세이를 양조하는 양조장은 후지이 주조로 1863년에 히로시마현 타케하라시에 창업을 하였습니다. 타케하라시는 전국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쇼교토(小京都)에 해당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쇼교토는 역사적인 거리 풍경과 정취, 그리고 자연경관이 교토와 닮았거나 교토와 깊은 역사적 연관을 가진 일본 각지의 마을의 애칭을 말합니다.
2015년 현재 전국의 쇼교토 - 일본경제신문 인용
단순히 분위기가 닮아서 임의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전국교토의회'에 가맹을 해야 하며 그 가맹을 위해서는 다음이 3가지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첫째, 교토와 비슷한 자연경관과 거리 풍경 및 정취가 있어야 할 것, 둘째, 교토와의 역사적 연관성이 있을 것, 셋째, 전통적인 산업이나 예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99년 시점에는 전국에 약 56개의 마을이 지정되어 있었으나 점차 줄어들어 2026년 현재는 37개의 마을이 쇼교토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타케하라시는 2011년에 '전국교토의회' 가맹에서 탈퇴하여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쇼교토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워낙 대중에게 쇼교토의 인식이 강해 이런 정치적인 가맹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마을입니다.
아키노 쇼교토 타케하라의 시가지 - 산인산요 인용
대부분의 쇼교토가 지금이 아닌 과거의 구 국명을 이용하여 부르곤 하는데 히로시마현이 과거에는 아키(安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타케하라시를 '아키노 쇼교토'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히로시마에서는 한때 미요시, 타케하라, 오노미치 세 곳이 쇼교토에 가맹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오노미치만 가맹되어 있습니다.
즉, 후지이 주조가 있는 타케하라시는 교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마치 교토의 한 구획을 그대로 떠서 타임슬립한 듯한 느낌을 주는 지역입니다. 일본의 최대 사케 양조지역이 교토의 후시미이다 보니 타케하라의 양조장은 마치 후시미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류세이 - 홈페이지 인용
류세이(龍勢)는 한자만 보면 '용의 기세'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데 조금 깊이 들어가 보면 다음과 같은 작명의 배경이 있습니다. 후지이 양조장의 뒤편에는 류즈야마(龍頭山)라는 산이 있는데 거기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양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 부산에도 용두산이 있듯 일본에도 용과 관련된 산과 강의 네이밍이 자주 띕니다.
이 류즈야마의 물이 박력 있는 기세(勢)가 있고 수질이 훌륭했기에 용의 사케라는 의미로 네이밍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또 하나의 설은 '물의 신'으로 알려진 용(龍)과 과거 술을 의미했던 한자 '勢'를 합쳐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가장 물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폭포의 한자가 삼수변(氵)에 용을 합한 타키(瀧)입니다. 세찬 물줄기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단어입니다.
후지이 주조의 6대째 사장 후지이 노리히로 씨 - 홈페이지 인용
후지이 양조장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일본 최초의 사케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양조장이라는 것입니다. 1907년에 개최된 일본 최초의 ‘제1회 전국 청주 품평회’에서 대표 브랜드인 ‘류세이’가 고베의 나다와 교토의 후시미 등 전국의 강호들을 제치고 최고의 왕좌의 자리에 오른 것입니다. 이로써 나다, 후시미에 이어서 히로시마의 사케가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류세이는 창업 시부터 모든 사케를 자연의 힘을 살린 양조로서 준마이로 양조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전량을 키모토 양조로 전환했습니다. 즉 협회가 배포하고 시판하는 배양 효모도 사용하지 않고 양조용 유산도 첨가하지 않으며 양조알코올도 넣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양조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반 양조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과 수고가 들지만 자연 그대로의 양조에 임하겠다는 확고한 고집과 철학으로 지금의 류세이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츄고쿠지방 히로시마현 타케하라시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뒷얘기가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일본이 패망하고 식량난으로 정부가 아주 강한 규제와 관리를 하는 바람에 사케를 빚는 양조장들도 정미(도정) 금지, 쌀의 공급량 부족, 삼배증양주 합법화 등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물리적으로 좋은 사케를 빚어낼 수가 없었으며 후지이 양조장은 저급한 사케에 류세이라는 이름을 더럽힐 수 없다는 고집을 내세우며 류세이라는 이름으로는 사케 출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순수한 준마이를 양조할 수 있게 된 1989년에 약 30년 만에 류세이가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폐업을 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류세이라는 이름을 쓴 사케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며 이때 사용했던 일반 브랜드는 지금도 일부 출하되고 있는 호쥬(宝寿), 시로츠카사(白司), 후지이마사무네(藤井正宗)였습니다.
류세이 라벨 문양 - 홈페이지 인용
이로서 류세이는 화려한 향이나 지나치게 달콤한 현재 유행하는 모던한 타입이 아니라 부드러운 감칠맛과 확실한 산미, 깔끔함이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깊은 맛이 특징입니다. 식사를 돋보이게 하는 식중주로서 뛰어나며 따뜻하게 데워도 풍미가 무너지지 않는 강한 힘도 류세이만의 매력입니다. 류세이의 주질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연의 힘을 극한까지 활용한 클래식하고 깊은 맛’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술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빚어내는 것’입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류세이를 소개하게끔 만들었던 강력한 임팩트의 브랜드인 '요루노테이오'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의외로 이 야릇한 이름이 지어진 것은 최근이 아니라 1982년으로 아주 오래전입니다. 일본의 1980년대 초반은 츄하이와 우롱하이 등으로 전례 없는 2차 소주 붐을 이루던 시기로 사케는 상대적으로 숙취가 심하다는 이유로 쇠퇴하던 시기였습니다.
후지이 주조 전경 - 홈페이지 인용
이에 후지이 주조의 5대 사장이 '밤의 제왕'의 자리를 되찾고자 야심 차게 주질을 설계하여 출하한 브랜드가 바로 요루노테이오입니다. 류세이가 전통과 장인정신에 근거한 격조 높은 사케라면 요루노테이오는 어려운 규칙이나 평가는 제쳐두고 눈앞의 사케를 ‘재미있고 맛있다!’라고 캐주얼하게 즐겼으면 하는 콘셉트로 만들어졌습니다.
‘밤의 제왕’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드라이하고 알코올 감이 강한 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맛은 이름과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온화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이 주는 선입견과는 다른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신선하고 인상적인 점이 또 다른 요루노테이오의 매력입니다. 다케하라의 풍부한 연수로 양조되어 깔끔하고 드라이한 맛이지만 어떤 안주와도 부드럽게 어우러져 차갑게 마시거나 데워 마시는 아츠칸까지 어떤 온도에서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만능 저녁 사케입니다.
후지이 주조의 양조장면 - 홈페이지 인용
또 사케의 효모는 밤에 발효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강인한 효모가 밤새 완전 발효하면서 무게 있는 드라이하고 깔끔한 사케로 완성되는 점과 어차피 새로이 출하한다면 모두가 기억할 수 있는 이름으로 독특하게 만들자는 장난스러운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후지이 주조의 플래그십인 ‘류세이’의 가장 큰 특징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1. 궁극적인 원점 회귀 ‘전량 생모(키모토) 양조’
2. 창고 보관 천연 효모·효모 무첨가
3. ‘준마이’에 대한 절대적인 고집
4. 식중주로서의 품격
그러면 류세이 및 후지이 주조의 간략한 대표 라인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류세이 나고미노카라쿠치 핫탄니시키
히로시마산 주조호적미인 핫탄니시키를 양조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만으로 양조한 명주
차분한 맛으로 당도는 적당하며 감칠맛이 부드럽게 퍼지며 그 어떤 온도대에서도 잘 어울리는 궁극의 식중주
주조호적미 : 핫탄니시키
정미비율 : 60%
주모 : 키모토
효모 : 양조장 내 천연 효모
열처리 여부 : 1회
알코올 도수 : 15%
* 류세이 히비샤쿠샤쿠 야마다니시키
차갑게 드실 때 야마다니시키 특유의 화려한 향과 상큼한 산미가 인상적인 일품
상온에서도 충분히 좋지만 레이슈 타입으로 설계된 명주로 회, 카르파치오, 감귤을 활용한 요리와 페어링이 뛰어남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60%
주모 : 키모토
효모 : 양조장 내 천연 효모
열처리 여부 : 열처리
알코올 도수 : 15%
* 류세이 쿠로라베루 준마이다이긴죠
은은하지만 잘 익은 과일을 연상시키는 향이 부드러운 준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특유의 풍부한 감칠맛에 부드러운 산미와 풍미가 특징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50%
주모 : 키모토
효모 : 양조장 내 천연 효모
열처리 여부 : 1회
알코올 도수 : 17%
* 류세이 시로라베루 준마이긴죠
복숭아와 머스캣을 연상시키는 맑은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준마이긴죠
야마다니시키 특유의 섬세한 감칠맛이 조용히 퍼지며 상큼한 산미가 전체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일품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60%
주모 : 키모토
효모 : 양조장 내 천연 효모
열처리 여부 : 1회
알코올 도수 : 17%
* 류세이 벳카쿠힌 핫탄니시키
류세이의 네 가지 한정판 사케 시리즈 중에서 가장 구조가 안정된 명주
핫탄니시키를 40%까지 정미한 흐트러짐 없는 골격인 인상적인 원주
주조호적미 : 핫탄니시키
정미비율 : 40%
주모 : 키모토
효모 : 양조장 내 천연 효모
열처리 여부 : 1회
* 요루노테이오
류세이가 양조 철학을 이야기하기 위한 사케라면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밤의 제왕 - 요루노테이오
대충 하지도 너무 꾸미지도 않은 어른들의 진심 어린 놀이에서 탄생한 사케
주조호적미 : 핫탄니시키 블렌딩
정미비율 : 60%
열처리 여부 : 열처리
알코올 도수 : 15%
한국에서 일본의 사케를 드시고자 하는 분을 위해서 직구 사이트를 운영중입니다.
그리고 필자의 저서의 구매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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